연애 중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입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 약속을 잊은 행동, 혹은 그냥 무심한 태도 하나 때문에 괜히 속상해지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는 날.
이럴 때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반대로 상대에게 쏟아붓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이 글에서는 남자친구로 인해 기분이 나빠졌을 때 심리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한지, 과
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 감정은 억누르지 말고 ‘이름 붙이기’부터 시작하세요
심리학자 Susan David(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는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정서적 민감성(emotional agility)’을 꼽았습니다. 그 핵심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정확히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예: “기분이 나쁘다” → “서운하다, 무시당한 기분이다, 실망스럽다”처럼 더 구체적인 단어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뇌는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상황을 명확히 해석하게 됩니다.
출처: Susan David (2016). Emotional Agility. Penguin Random House.
2. 생각과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세요
연애 중 감정이 격해지면, 생각과 느낌이 하나로 뭉쳐져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나를 무시했어” → “나한테 관심이 없나봐” → “우리 관계가 의미 없나?”까지 단숨에 달려가게 되죠.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이를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라고 합니다.
이 자동반응을 막기 위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방법: “그 사람의 말이 서운했다”와 “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아”를 분리하는 것. 감정은 감정일 뿐,
그것이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출처: Judith Beck (2011). Cognitive Behavior Therapy: Basics and Beyond. Guilford Press.
3. 감정을 다룰 수 있는 ‘거리두기 질문’을 사용하세요
ACT(수용전념치료)에서는 감정과 생각을 마치 ‘구름처럼 흘려보내는’ 기술을 가르칩니다.
이를 ‘심리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라 부르며, 대표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금 이 생각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 “이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것이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주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출처: Hayes, S. C., Strosahl, K. D., & Wilson, K. G. (2011).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2nd Edition. Guilford Press.
4. 감정 표현은 전략적으로, ‘내 감정 중심’으로 하세요
기분이 상했을 때 “넌 왜 항상 그래?” 같은 표현은 방어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쉽습니다.
대신 ‘나 전달법(I-message)’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 “네가 내 메시지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나는 외면당한 기분이 들어서 속상해.”
이 방법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 관계의 회복을 더 쉽게 만듭니다.
출처: Gordon, T. (2000).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P.E.T. Program.
5. ‘지금의 나’를 보살피는 자기 돌봄 루틴을 만들어두세요
연애 감정에 휘둘릴수록 자존감은 쉽게 흔들립니다.
이럴수록 내 감정을 안정시키는 ‘자기 돌봄(self-care)’이 필요합니다.
- 좋아하는 음악 듣기
- 산책하며 생각 정리하기
- 따뜻한 차 마시기, 간단한 요가나 스트레칭 등
이렇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꾸준히 쌓으면, 외부 요인에 덜 휘둘리는 정서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생깁니다.
출처: Neff, K. (2011). Self-Compassion: The Proven Power of Being Kind to Yourself. HarperCollins.
기분장애와 연애 감정은 어떻게 다를까요?
기분장애는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이고 의학적으로 진단 가능한' 감정 문제입니다.
반면, 연애 감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기분 저하는 대체로 관계 속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감정 반응에 가깝습니다.
정신의학적 기준에 따르면, 기분장애(예: 우울장애, 양극성장애)는 최소 2주 이상 우울, 무기력, 수면장애, 식욕변화 등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고, 대인관계와 사회적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경우에 진단됩니다
(출처: DSM-5,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반면, 연애 감정에서 생기는 기분 저하는 주로 관계 내 사건(예: 다툼, 서운함, 기대 불일치 등)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회복되거나 외부 지지체계(친구, 취미 등)로 완화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기분장애는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나 유전적 요인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반면, 연애 감정에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관계 내 반응이며,
자기 돌봄과 소통 개선만으로 충분히 회복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감정이 며칠 이상 지속되고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애 중에 느끼는 감정이라면, 먼저 내 감정을 정리하고,
상황을 객관화하는 심리기술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남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관계는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며,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계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심리전문채널 > 마음 평온 연구소장 이정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아웃, 무엇이며 어떻게 이 고비를 이겨내야 할까 (2) | 2025.06.10 |
---|---|
고통의 월요일 무너진 마음을 붙잡는 글로 다스려보자 (0) | 2025.06.02 |
기분장애란? 감정이 나를 흔드는 이유를 이해하자 (2) | 2025.05.21 |
트라우마란 무엇일까? 회복을 위한 심리학적 접근과 실제 방법 (0) | 2025.05.19 |
말 안 하고 참기만 했던 당신, 그 감정이 ‘화병’이 됩니다 (0) | 2025.05.13 |